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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우리들의 시간 : 1화 새로운 시작의 설렘

유정은 올해 마흔일곱이 되었다. 그녀의 일상은 여전히 분주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미묘한 설렘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침 일찍 눈을 떠서 부엌으로 향한 그녀는 커피포트를 올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천천히 방 안으로 스며들며 하루를 깨우고 있었다. 이 고요한 아침 시간, 남편과 아이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사이, 유정은 잠시 자신의 시간을 만끽했다. 커피 향이 부엌 가득 퍼지자,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은 그녀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도자기 공방을 여는 첫날이기 때문이다.

유정은 서른 중반에 취미로 시작한 도자기 공예에 빠져들었다. 반복되는 일상과 가정에서의 역할에 지쳐갈 때마다 도자기를 만들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손끝에서 흙이 빚어지고, 그 흙이 점차 작품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유정에게는 마치 작은 기적과도 같았다. 하지만 취미로만 간직했던 이 일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다고 결심한 것은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친구들도, 남편도 그녀를 응원했지만, 내심 불안한 마음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가족의 응원

남편이 부엌으로 나와 유정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 공방 첫날이지? 잘할 거야. 너 도자기 만드는 거 정말 좋아하잖아.” 남편의 응원에 유정은 작게 미소 지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남편은 출근 준비를 하며 한마디 더 덧붙였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건지 알아? 오늘도 화이팅!” 남편의 말은 유정에게 큰 힘이 되었다. 아이들도 학교 갈 준비를 하면서 유정에게 “엄마, 오늘 멋지게 잘해!”라고 응원했다. 유정은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차분하게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유정의 공방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동네 작은 골목에 자리 잡은 아담한 공방은 유정이 꿈꿔왔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흙 냄새와 은은한 나무 향이 유정을 반겼다. 따뜻한 조명 아래 정돈된 작업대와 작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제 밤 늦게까지 정리한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유정에게는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첫 손님과의 만남

첫날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유정은 공방 문을 열어놓고 손님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처음 손님이 들어서는 순간, 유정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첫 손님은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또래의 여성, 지영이었다. 지영은 공방을 둘러보며 흥미롭게 작품들을 감상했다. “여기 정말 분위기 좋네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지영의 말에 유정은 수줍게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영은 유정의 첫 작품 하나를 구매하며 공방 운영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유정은 그녀의 질문에 답하면서 공방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사실 저는 이걸 취미로만 하다가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해보려고요. 아직 배울 게 많지만, 너무 즐거워요.” 유정의 진솔한 이야기에 지영은 깊이 공감했다. 지영도 카페를 처음 열 때의 설렘과 두려움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힘을 얻었다.

소통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공방

오후가 되면서 공방에는 조금씩 손님들이 늘어났다.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 친구의 소개로 찾아온 사람들, 그리고 도자기 공예에 관심 있는 이들까지. 유정은 바쁜 가운데에서도 행복을 느꼈다. 공방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유정의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었다. 공방이 단순히 작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가 저물 무렵, 유정은 첫날을 무사히 마친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손님이 많았던 것도 아니었고, 엄청난 수익이 난 것도 아니었지만, 그 무엇보다 자신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이 기뻤다. 공방의 문을 닫고 간단히 정리를 마친 유정은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가족과 나누는 하루의 이야기

집으로 돌아온 유정은 저녁 식사 후 가족들과 함께 오늘 있었던 일들을 나누었다. “엄마, 오늘 첫날 어땠어?” 아들이 물었고, 유정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더 좋았어.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많이 편해졌어.” 남편은 유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고 있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더 잘 될 거야.” 유정은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잠자리에 들기 전, 유정은 공방에서 있었던 작은 순간들을 떠올렸다. 오늘 만난 사람들, 그들과 나눈 대화, 그리고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 유정은 다시 한 번 자신이 얼마나 이 일을 사랑하는지를 깨달았다. 오늘의 작은 시작이 언젠가는 더 큰 결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그녀의 가슴 속에 자리 잡았다.

유정은 창밖을 바라보며 내일의 하루를 기대했다. 공방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어떤 사람들이 찾아올지, 그리고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유정의 새로운 시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삶의 중반에서 시작한 이 도전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유정은 그 모든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