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의 공방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매일 새로운 손님들을 맞이하며, 유정은 공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더 소중해졌다. 손끝에서 흙이 빚어지는 순간, 유정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 시간을 감사하게 여겼다. 하지만 공방 운영과 함께 새로운 고민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가족과의 시간, 공방 운영, 그리고 집안일을 모두 해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유정의 바쁜 하루
유정은 여느 날처럼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남편과 아들을 각자의 일터와 학교로 보낸 후에야 공방으로 향할 수 있었다. 오늘은 공방에 새로운 재료가 들어오는 날이어서 아침부터 분주했다. 유정은 필요한 도구와 재료들을 정리하며 하루의 일정을 점검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고, 잠시 숨을 돌릴 새도 없이 손님들이 찾아왔다.
점심시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바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공방 운영이 안정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지만, 유정은 조금씩 지쳐감을 느꼈다. 공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행복하지만, 가끔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로가 몰려왔다. 오늘은 특별히 예약된 손님이 많아 유정은 쉼 없이 움직여야 했다.
남편과의 작은 갈등
저녁 무렵, 유정은 공방 문을 닫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유정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의 얼굴에서 피로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유정이 공방을 연 이후, 남편은 퇴근 후에도 집안일을 돕는 일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유정을 응원하며 기꺼이 도와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역시도 지쳐가고 있었다.
“오늘 많이 바빴어?” 남편이 물었다. 유정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응, 예약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어. 그래도 잘 마무리했어.” 남편은 유정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여전히 무거워 보였다. 저녁 식사 준비를 도우며 남편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근데 요즘 집안일이 너무 늘어난 것 같아. 나도 퇴근하고 나면 좀 쉬고 싶은데, 일이 많아지니까 솔직히 좀 힘들어.”
유정은 남편의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 남편의 지지에 감사하면서도, 그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유정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공방과 가정을 동시에 챙기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안해, 나도 더 신경 쓰려고 하는데 잘 안 되네. 너도 많이 힘들었겠다.” 유정의 사과에 남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네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알아. 나도 그냥 좀 지친 것 같아서.”
두 사람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유정은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며, 공방을 열기로 결정한 것이 가족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새삼 깨달았다. 남편도, 아들도 유정을 응원해 주고 있었지만, 그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변화와 부담이 생겼음을 느꼈다.
아들과의 대화
저녁 식사 후, 유정은 아들의 방에 들어가 잠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아들은 유정이 공방을 시작한 이후로 더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었다. 유정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은 한창 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였지만, 유정은 공방 일에 집중하느라 아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학교 생활은 어때?” 유정이 물었다. 아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냥 그래. 엄마 바쁘니까 나도 바빠야지 뭐.” 아들의 말에 유정은 가슴이 찡했다. 아들은 여전히 엄마를 응원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었다. “미안해, 엄마가 요즘 바빠서 너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썼지. 근데 엄마도 너 많이 생각하고 있어. 혹시라도 불편하거나 힘든 게 있으면 꼭 말해줘.”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응, 괜찮아. 엄마가 하고 싶은 일 하는 거니까 나도 좋아.” 그 말에 유정은 작은 위안을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은 미안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유정은 아들과의 시간을 조금 더 늘리기로 다짐했다. 공방이 바쁘더라도 가족과의 시간을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유정의 다짐
그날 밤, 유정은 남편과 아들이 잠든 후 혼자 거실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공방을 시작한 이후, 유정의 삶은 크게 변했지만 그로 인해 가족들이 느끼는 변화도 적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유정은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다고 믿고 있었지만, 동시에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공방이 그녀에게 주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크지만, 그로 인해 가족이 느끼는 부담도 함께 짊어져야 했다.
유정은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하기로 했다. 공방의 운영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었다. 남편과 아들의 지지를 받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기에,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더 많이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공방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유정은 자신의 선택을 더 책임감 있게 이어가기로 했다.
유정은 공방의 다이어리에 새로운 계획을 적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늘리기.’ 작은 목표이지만, 유정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다짐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혼자만의 꿈이 아닌, 가족과 함께 나누는 꿈을 꾸고 있었다. 공방이 주는 기쁨만큼이나 가족과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은 유정은 조용히 다이어리를 덮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유정은 창밖을 바라보며 내일을 생각했다. 공방과 가정을 모두 지켜내기 위한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유정은 오늘의 작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로 다짐하며, 내일은 더 나은 하루가 되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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