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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여성들의 이야기

유정의 공방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 되었다. SNS를 통해 공방을 알린 이후, 유정의 작품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도자기 워크숍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특히 공방을 찾는 여성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유정은 이곳이 단순히 도자기 공예를 배우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특별한 장소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새로운 만남,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

어느 날 오후, 유정은 공방에서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유정이 직접 디자인한 컵을 만드는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동안 열었던 워크숍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등록한 날이었다. 유정은 참가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재료를 정리하고, 작업 공간을 깔끔하게 준비했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공방 문이 열리고 참가자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의 워크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결혼 후 육아로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어 공방을 찾은 주부, 오랜 회사 생활에 지쳐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직장인, 그리고 은퇴 후 새로운 취미를 찾고자 온 중년 여성들까지. 유정은 이들이 서로 어떻게 어울릴지 궁금해하며 차를 준비했다.

워크숍이 시작되자 유정은 참가자들에게 오늘의 수업에 대해 설명하고, 간단한 소개 시간을 가졌다. 각자 자신을 소개하고 공방을 찾은 이유를 이야기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저는 회사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퇴근 후에 좀 힐링하고 싶어서 왔어요.” “저는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서로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로의 공감과 위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은 유정의 지도에 따라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흙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감각을 되찾아가는 이 시간은 그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내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이 어려워지자, 여기저기서 한숨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요!” “내 손이 이렇게 똥손일 줄이야…” 모두가 처음 겪는 어려움에 웃음을 터뜨리며 서로를 격려했다.

잠시 쉬는 시간, 참가자들은 자신이 만든 도자기를 바라보며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직장 이야기, 육아 이야기, 그리고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저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제 시간은 거의 없었어요.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야 겨우 저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죠.” 한 참가자가 이야기하자, 옆에 있던 다른 참가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래요. 결혼하고 나서는 아이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제 인생은 잊고 살았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참가자는 슬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는 아이도 없고 남편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을 찾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일이 전부였던 제 인생이, 어느 날 문득 너무 공허해 보였어요.” 그녀의 고백에 모든 참가자들이 깊이 공감하며 침묵했다. 유정 역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느꼈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유정의 작은 고백

유정은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자신도 공방을 열기 전의 고민과 불안을 떠올렸다. 그녀도 한때는 육아와 가정생활에 몰두하며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고, 도자기를 만들면서 비로소 자신의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유정은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저도 한동안은 가정과 아이들만을 위해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그게 너무 힘들었죠. 그래서 도자기를 시작했어요. 이 일을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됐고, 그게 저를 다시 찾게 해줬어요.”

유정의 말에 참가자들은 깊이 공감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도 공방에서 흙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제 마음이 참 차분해지는 걸 느꼈어요.” 한 참가자가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도자기를 빚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받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흙을 만지다 보니, 제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몰랐어요.”

작은 공동체의 시작

워크숍이 끝나갈 무렵, 참가자들은 완성된 도자기를 보며 서로의 작품을 감상했다. “우와, 진짜 예쁘게 잘 만들었네요!” “내 작품은 왜 이렇게 웃기죠? 그래도 뿌듯해요!” 다들 처음 만들어본 도자기이지만,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에 기뻐하며 환하게 웃었다. 유정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워크숍이 끝난 후, 몇몇 참가자들은 유정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곳에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다음에도 이런 모임이 있으면 꼭 참석하고 싶어요.” “여기 오니까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유정은 그들의 말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유정은 공방에서의 하루를 되새기며 미소 지었다. 단순히 도자기를 만드는 공간이었던 이곳이, 이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작은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유정은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공방에서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가기를 꿈꾸었다.

유정의 새로운 목표

잠자리에 들기 전, 유정은 다이어리에 새로운 목표를 적었다. ‘여성들을 위한 소통의 장 마련하기.’ 유정은 도자기 워크숍 외에도, 여성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방에서 진행해보기로 결심했다. 이곳이 단순히 공예를 배우는 곳을 넘어, 그들이 자신을 찾고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유정은 공방이 주는 작은 울림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작은 공방은 이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오가는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만남과 이야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유정은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